우울전시집 중 - 김가지
살기싫다는 말이 꼭
죽고 싶다는 말은 아니다
어릴적 갔던
몇 시간이나 배를 타고 갔던
그 섬에 가고 싶다
아무도 없는 섬에 새처럼 틀어박혀 잃고 싶다
잃을 것도 남아있지 않은 나는 잃고 싶었다
어머니 저는 죽고 싶어요
얘야 너는 살아있다는 말을 그렇게 하는구나
남은 숨을 죽은 사람에게 기증하고
실질적인 평안을 꾀하고 싶다
제로의 섬에서 숨 죽이고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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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겠다 죽을 것 같다 하는 말은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는 말이다
어머니는 죽고 싶다는 자식의 말에
하나도 속상하지 않은 것처럼
현명하게 감춰낸 말을 하셨다
그래 죽고싶단 말은 사실 그저 쉬고 싶단 말같다
실질적인 평안같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