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심 - 이장욱
너의 마음을 읽었는데
그랬기 때문에
너와 멀어졌다.
나의 잘못인가.
오늘은 나의 의지가 아닌 것들과 화해하려고 했다
일기예보,
먼 도시의 우연한 사고,
잘못 걸린 전화
너는 이상한 옷을 입고 낯선 발음으로 부정하는 말을 했다.
심지어 우리는 국적도 인종도 달라진 것 같았는데,
나의 잘못인가.
너는 비 내리는 거리도 아니고
상하이의 교통사고도 아니며
거기 중국집 아니냐고 묻는 한밤의 전화도 아니다.
나는 식물들을 모르고
펭귄과 거미를 모르고
반도체나 합성수지에 대해
영영 무지하겠지만
드디어 우산도 없이 낯익은 발음으로
수긍하는 말을 했다. 그것은
독한 마음이었다가
고독한 마음이었다가
오늘의 날씨가 급하게 바뀌었다.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내가 모퉁이를 도는 순간 달려온
자동차가........
밤하늘은 폭력적인 기호들로 가득하다.
그것은 너무 멀어서
이토록 가까이
너의 마음이 거대해진다.
나의 잘못인가.
너의 마음과 이렇게 오래 싸우고 있다.
나의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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