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네 잠의 눈썹

by sum2__chip 2020. 5. 31.

네 잠의눈썹 - 허수경

네 얼굴
아릿하네, 미안하다

네 얼굴의 눈썹은 밀물과 썰물의 무늬,
하릴없이 달은 몸자국을 안았구나
달눈썹에 얽힌 거미는 어스름한 잎맥을 그냥, 세월이라고 했다

어설픈 연인아
얼마나 오랫동안 이 달, 이 어린 비, 이 어린 밤 동안
어제의 흉터 같은 당신은 이불을 폈는지

어미별의 손은 너를 배웅했다
그 저녁, 울던 태양은 깊었네

그 마음에 맺힌 한 모금 속
한 사람의 꽃흉터에 비추어진 편지는
오래된 잠의 눈썹

시작 없어 끝 없던 다정한 사람아
네가 나에게는 울 일이었나 나는 물었다
아니, 라고 그대 눈썹은 떨렸다

네 눈썹의 사람아,
어릿하네, 미안하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0) 2020.06.27
불명열  (0) 2020.06.07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0) 2020.04.27
나는 밤마다 당신을 울렸다  (0) 2019.03.05
또 나만,  (0) 2019.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