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하고 싶은 구절들을 체크해두었는데 그 내용들은 후편에 이어서 적어야겠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추천글을 보고 구매한 책.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구매했다. 보통의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추천해준 맥락과 댓글이 비슷했는데, 이미 읽어보니 하루키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이 책을 열기 전까지 마찬가지로 실망할거라 짐작했다.
총 세번 정도 나누어서 읽었고 아마 봄에 읽기 시작해서 책을 놓은지 오래되었다가 오늘 절반을 다 읽어버렸다.
단한번도 누구에게 책을 추천한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은 과감하게 추천한다. 어느정도냐면 내 미래 배우자, 가족, 내 자식까지도 꼭 읽어보게 하고싶을정도
그 이유는 인생 전반에 걸쳐 사람 대부분이 겪는 상황과 마음들을 한 부부의 관점으로 풀어가기에 인생을 시뮬레이션하듯 미리 간접경험했기 때문이다.
부부 각자가 어렸을 때 부모님께 사랑을 받던 방식부터 연애, 결혼, 양육, 외도, 갈등, 중년에 들어서 얻는 깨달음과 포기 순으로 내용이 진행된다.
내가 이미 겪은 어린시절과 연애들을 대입하며 인생을 회고할 수 있었고 아직 겪지 않은 인생에서의 경험들을 미리 느낄 수 있었다.
이 모든건 낭만주의적 관점의 인생에서 현실주의로 이어진다. 나는 꽤나 환상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상적인 결혼과 인생보다는 현실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리고 좋았던 점은 우리 부모님에 대입해서 그들이 겪은 인생의 파이프라인이 이러했겠구나 느낄 수 있었다. 부모님도 처음 겪는 인생의 변곡점들 속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그와중에 그 속을 모르는 나는 얼마나 속을 썩였으려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았던 점은 아니지만 외도를 하는 사람의 입장과 상황도 겪을 수 있었다. (내가 두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지만 대충 상대방이 이런 마음으로 이랬구나 라고 이해? 아니 생각할 수 있었다. )
사실 오늘도 책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갈 무렵 눈물이 났는데, 또 부모님 때문이었다.
젊은 시절 자신감 넘쳤을 청년들이 책임감과 자식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현실과 타협했어야 할지.. 나에겐 한없이 완벽했던 사람이 어느순간 답답하게 느껴져왔다. 내심 속으론 사랑하고 걱정스런 마음에 속상함에도 불구하고 툴툴대는 말투로 대해왔다.
중년의 사람이 겪는 인생에 대한 회고, 완벽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한 부끄러움, 모든 현실이 나약하다는 걸 인지하면서 느끼는 여러가지 것들을 글로 접하니 너무 너무 너무 미안했다.
사람은 모두 나약하고 불완전하며 단순히 피가 도는 동안 생각할 줄 아는 생명체일뿐임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모든것들을 젊은이에게 공유해줄 사람은 없다. 너무 늦게 회고를 하거나, 멘토링을 할 처지가 못되거나, 아직 경험하지 못한 다른 30 40 50대 각자들이 직접 파이프라인의 한 지점을 겪고 있을테니까
이 책을 통해 많은걸 배우고 인생 사전답사를 하긴 했지만 우리 옛날 선조들이 책과 같이 이런 현실적이고 좋은 이야기를 안해준 걸 보면..
아마도 알아서 겪고 그때그때 이해하라는 의미인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읽지말고 흘러가는대로 겪었어야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