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네 잠의 눈썹
sum2__chip
2020. 5. 31. 19:28
네 잠의눈썹 - 허수경
네 얼굴
아릿하네, 미안하다
네 얼굴의 눈썹은 밀물과 썰물의 무늬,
하릴없이 달은 몸자국을 안았구나
달눈썹에 얽힌 거미는 어스름한 잎맥을 그냥, 세월이라고 했다
어설픈 연인아
얼마나 오랫동안 이 달, 이 어린 비, 이 어린 밤 동안
어제의 흉터 같은 당신은 이불을 폈는지
어미별의 손은 너를 배웅했다
그 저녁, 울던 태양은 깊었네
그 마음에 맺힌 한 모금 속
한 사람의 꽃흉터에 비추어진 편지는
오래된 잠의 눈썹
시작 없어 끝 없던 다정한 사람아
네가 나에게는 울 일이었나 나는 물었다
아니, 라고 그대 눈썹은 떨렸다
네 눈썹의 사람아,
어릿하네,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