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왔을까

안녕 강서구 내 24년!

sum2__chip 2020. 4. 27. 09:52

가양동에서 태어나 6살 때부터 염창에서 살아온 나는

이사라는 게 남 일같았다. 그냥 평생 여기 사는 거구나 하고 살았다. 우리 가족들도 그랬고

결국 타의적으로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날짜가 다가올수록 너무 속상했다.

물론 가족들도 그랬을텐데 내가 투정부려서 속상했을 것 같다. 난 아직도 철이 덜 든 것 같다.

매년 봄마다 이렇게 떨어지는 벚꽃잎들도 찍었었는데

올해도 찍고 가는구나

벚꽃이 흩날리기 시작할 때면 우리 아파트에서는 라일락향기가 진동을 한다

이제 못맡을 생각을 하니까 지나다닐 때마다 눈물이 막 갑자기 차오르고 그랬다ㅠ 

지금도 왜 눈물갑자기 나냐ㅜㅜㅜ 난 참 주접이야...

우리 아파트 경비아저씨들도 이제 못보네

초등학교 중학교 한강갈 때 매번 지나다니던 길도 이제 못가구

힘들 때마다 한강가서 질질짜면서 걷던 것도 이제 못하고

자전거도 못타고 지현이랑 따릉이타고 그랬던 것도 이제 못한다

매 4월 5월마다 엄마가 라일락 핀거 봤냐면서 사진찍던 모습도 이제 못보구

이 길도, 이 정류장도 이제 못지나다니고

지현이랑 동네탐방(맛집찾기) 운동도 못하고

집에서 나갈 때마다 전체점검하는 이 거울도 못보고

가족이랑 다같이 찍고싶었는데

마지막 날 비가와버려서 아빠랑 일주일 전에 찍은 사진만 남았다.

1층이라 엘레베이터 타는 느낌도 잘 모르고 화초도 맨날 죽던 우리집

엄마한테 혼나거나 티비보면 바깥에 다들리던 우리집 ㅠㅠ

우리 이사가는 거 하늘도 속상했나보다

원래 마지막으로 지현이랑 동네운동하기로했는데 비와서 어떡하지하다가

밥이라도 먹자고 ( 다이어트하는데 큰 결심이다 )해서 여덟시에 접선했다

맨날 안경집앞에서 만나~ 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ㅋㅋ ㅠㅠ 

근데 진짜 생각지도 못했는데

지현이가 편지랑 이런 사진 선물들을 주는거다 ㅠㅠㅠㅠㅠㅠ

안그래도 이 날 전에도 괜히 눈물나고 서로 아쉬워하고 그랬는데

갑자기 이렇게 감동주니까 눈물이 안날래야 안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치킨땡기고

알바가 안구해지는 실업자 컨셉으로 노래방까지 갔다왔다

코로나때문에 더 붙어있게 될 수 있었는데 올해 초반 내내 붙어있으면서

지현이 아니었으면 난 얼마나 더 힘들었을지 모르겠다 ㅠㅠ

너무너무 고맙고 소중하다...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고 생각할 때마다 날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힘주는 사람이다ㅠㅠ

어렸을 때 무단횡단 참 많이했었는데 ㅋㅋㅋㅋ

12시면 바로 닫아버리는 후문도 안녕

그렇게 18년간 1층을 지켜오던 우리집은 강서구를 떠났습니다

너무너무 아쉽고 슬프고 아리지만 잘 살아볼게요 더

지현이 말고도 남은 우리 친구들,, 언젠가 다시 돌아올게

정말정말 많은 추억들과 아쉬움을 안고

우리집 이제 올라갈 길만 있을거라고 믿으며 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