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칭 단수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항상 일부로만 접하다가 처음으로 완독했는데 이 책을 첫 선택한 게 후회된다.
다 보고난 후 급하게 다른 사람들의 후기들을 찾아봤다. 다들 전 편의 감동이 와장창 깨졌다는 이야기, 답답하고 불쾌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알아보고 구매할걸..
그래도 기록해보려한다


읽으면서 무수히 혼란이 온다.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건지 허구의 이야기을 하는 건지 헷갈린다. 너무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나오니까

누가봐도 하루키 본인 취향 가득 담긴 야구이야기
나는 야구를 전혀 모른다. 그래서 더 집중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아래의 구절이 마음에 들었다.
인생은 이기는 때보다 지는 때가 더 많다. 그리고 인생의 진정한 지혜는 ‘어떻게 상대를 이기는가’가 아니라 오히려 ‘어떻게 잘 지는가’하는 데서 나온다.
그래. 우리는 이기는 순간들을 트로피처럼 간직하고 되새기지만 지는 때는 빠르게 잊곤 한다.
물론? 빠르게 잊는 것이 좋다.
빠르게 잊더라도 교훈은 간직하자

몰랐던 사실인데 다른 사람의 리뷰에서 일인칭단수에 나오는 여자들은 모두 못생긴 여자로 나온다는 점이 공통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뭐랄까 예쁘지않은 외모를 더 특별하게 받아들이고 표현한 느낌이다.
딱히 이 지점에선 어떠한 감정도 안들었다

이 지적인 여자 주인공은 대화하는 법을 안다.
아마 저 부분은 죽기전 한 노래만 들을 수 있다면?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남자가 선택하는 노래를 듣고 갸우뚱하다가 결국 본인도 그 노래를 선택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마이너 성격의 공감대는 끈끈한 유대감을 만든다.

도대체 갑자기 말을 할 줄 아는 원숭이가 왜 나오는 건지?
이 때부터 살짝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 인간 세계도 원숭이 세계에도 끼지 못하고 고독한 원숭이의 심정은 이해했다.
그런데 도대채 무슨 의미로 이 단편을 작성한 건지 도무지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비유인가?
뭘 비유한 건지..

그나마 사랑에 대한 구절이 마음에 들어 책장을 접었다.
제가 생각하기에, 사랑이란 우리가 이렇게 계속 살아가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연료입니다. 그 사랑은 언젠가 끝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결실을 맺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설령 사랑이 사라져도,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내가 누군가를 사랑했다, 연모했다는 기억은 변함없이 간직할 수 있습니다. 그것 또한 우리에게 귀중한 열원이 됩니다. 만약 그 열원이 없다면 사람의 마음은 풀 한 포기 없는 혹한의 황야가 되고 말겠지요. 그 대지에는 온종일 해가 비치지 않고, 안녕安寧이라는 풀꽃도, 희망이라는 수목도 자라지 않겠지요.
저는 이렇게 이 마음에 한때 연모했던 아름다운 여자 이름을 소중히 품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저 나름의 소소한 연료 삼아, 추운 밤이면 근근이 몸을 덥히면서, 남은 인생을 그럭저럭 살아볼 생각입니다.
기억이라도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음에 만족하고 자주 꺼내 생각해왔었다. 어쩌면 추억팔이를 자주 했다는 뜻
그런데 요즘은 마치 해 잘드는 곳에 컬러 프린트 용지를 오래 빼놓아서 잉크가 날아가버려 색이 바랜 것만 같다.
여태껏 지겹도록 꺼내 문질러서인가?
연료 태우기는 그만하자.

제일 이해가지 않던 마지막 단편 일인칭 단수
마무리도 열이 받는다.
다른 리뷰에서 공감가는 부분이 있었다.
이런 흐릿한 표현과 모호한 내용은 불쾌함만 남긴다고. 그렇지만 하루키의 신작이 나오면 다시 구매해서 보겠지~ 라는 내용이었다.
매력적이게 보이는 사람들은 모호함을 유지한다.
구체적인 것 같으면서도 흐릿하게 이야기한다.
그런 자취에 빨려 들어가기 쉬운 것도 사실이고, 매력적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끝에는 불쾌하고 혼란스럽기까지하다.
리뷰와 이 책에서의 하루키 표현법을 떠올리면서 당신들의 화법이 기억났다.
나를 돌아보면 이 블로그에 흐릿하게 작성하는 것이 좋았었는데..
나 스스로도 예전에 불쾌함을 느꼈었는데 왜 그랬었나 싶고
안개를 걷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른 책을 다시 도전해야지